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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천선란 『어떤 물질의 사랑』 리뷰|SF와 사랑의 결합

by 리뷰방장 2025.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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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과학과 익숙한 감정의 만남

천선란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그녀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현실과 얼마나 정교하게 맞닿아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어떤 물질의 사랑』 역시 그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줍니다.

SF라는 장르적 색채 속에서 낯설고 미래적인 기술과 설정이 등장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과 사랑의 이야기는 오히려 너무나 인간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옵니다. 책을 펼치면 처음에는 ‘과연 사랑을 물질로 상상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지만, 곧 작가의 섬세한 묘사와 감각적 서사에 빠져들게 됩니다.

물질과 감정을 연결하는 상상력은 단순한 과학적 호기심을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사랑과 관계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가집니다. 이 책은 SF와 서정성, 과학과 감정을 동시에 아우르며, 독자에게 낯선 세계와 친숙한 감정을 동시에 체험하게 만드는 작품입니다.

 

1. 낯설지만 익숙한 세계 – 천선란의 상상력

『어떤 물질의 사랑』의 첫 장을 읽는 순간, 나는 낯설지만 묘하게 익숙한 세계로 들어섰습니다.

천선란은 SF적 설정을 결코 허무맹랑하게 그리지 않습니다. 그녀의 상상 속 세계는 실제로 존재할 것만 같은 디테일과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 독자는 쉽게 몰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낯섦 속에서 감정과 관계의 본질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작가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실체로서 존재할 수 있는 어떤 물질로 형상화함으로써 독자가 이미 알고 있던 감정을 새롭게 바라보게 만듭니다.
읽는 동안 나는 ‘이런 세계가 실제로 가능하다면, 사랑은 어떤 모습일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떠올렸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는 사랑과 감정을 돌아보게 하는 거울과도 같았습니다. 작가는 우리의 익숙한 감정들을 완전히 새로운 틀 속에 놓음으로써, 동시에 낯설고도 친숙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각 장면마다 등장하는 디테일은 현실적이면서도 상상력을 자극하고, 등장인물들의 관계와 선택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감정과 자연스럽게 연결됩니다. 결국 이 소설의 매력은, ‘낯섦 속 친숙함’이라는 감각 속에서 독자가 자기 자신과 사랑을 동시에 돌아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2. 사랑의 물질적 형상화 – 감정의 새로운 해석

이 소설에서 가장 놀라운 부분은 사랑을 ‘물질’로서 경험하게 만드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사랑을 마음의 상태, 감정의 흐름 정도로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천선란은 사랑의 본질을 물질적 형태로 상상함으로써, 사랑이 우리 안에서 실제로 존재하고 움직이며 흔들린다는 느낌을 주는 데 성공합니다.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진 추상성을 깨고, 그것을 질량과 부피, 파동과 움직임으로 느끼게 하는 경험은 기존의 독서 경험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독특함입니다.
책을 읽으며 나는 여러 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 상상 속 사랑은 단순히 감정적 만족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관계와 선택, 그리고 기억과 상실까지 포함하는 복합적인 존재로 느껴집니다.

작가는 과학적 장치를 빌려 감정을 구체화하지만,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깊이 서정적입니다. 물질이 가지는 무게와 흐름, 변형과 소멸 속에서 사랑이란 단순히 마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 몸과 감각, 일상 속 순간들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덕분에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었고, 동시에 내 삶 속의 관계와 순간들을 떠올리며 잔잔한 울림을 느꼈습니다.

 

3. 잔잔하게 남는 파동 – 읽고 난 후의 여운

책장을 덮은 후에도 마음속에서 잔잔한 파동이 계속 이어졌습니다.

천선란의 상상력은 단순히 흥미로운 설정으로만 끝나지 않고, 읽는 이의 감각과 감정을 여운으로 남기며 오래도록 기억 속에 머물게 합니다. 사랑을 물질로 형상화한 장면들은 비현실적이면서도 인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켜, 읽는 내내 마음 한 켠이 따뜻하게 흔들렸습니다. 이 소설은 우리에게 사랑이 단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존재하는 모든 것과 연결된 감각적 경험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이 남긴 여운은 바로 ‘사랑을 다시 느끼게 하는 힘’입니다. 사랑을 다시 정의하지는 않지만, 바라보는 시선과 감각을 흔들어 놓습니다. 읽고 난 뒤 나는 내 안에 존재하는 사랑과 관계를 더 섬세하게 들여다보게 되었고, 작은 순간 하나하나에 담긴 감정의 무게를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책 속에서 경험한 파동은 현실로 돌아온 후에도 잔잔하게 마음속에서 진동하며, 오래도록 따뜻한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결론

『어떤 물질의 사랑』은 SF적 상상력과 서정적 감성이 완벽하게 결합된 작품입니다. 천선란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단순히 마음의 흐름으로만 다루지 않고, 구체적이고 물질적인 형태로 독자에게 전달함으로써 독서 경험을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냅니다. 낯선 세계와 익숙한 감정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자기 자신과 타인의 사랑, 그리고 일상 속 감정의 깊이를 돌아보게 됩니다.
이 책은 단순한 SF 소설을 넘어, 감정을 감각으로 느끼게 하고, 사랑의 본질을 다시 질문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읽고 난 후 남는 여운은 오랫동안 마음속에서 파동처럼 번지며, 나의 삶 속 작은 순간들을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어떤 물질의 사랑』은 SF와 서정이 만나 만들어낸, 독자에게 사랑을 다시 느끼게 하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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