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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혼모노 줄거리 핵심내용 느낀점

by 리뷰방장 2025. 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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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혼모노 줄거리

소설집 『혼모노』는 총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이야기의 향연입니다. 그중 표제작이자 중심적인 자리의 「혼모노」는 30년 동안 박수무당으로 살아온 ‘문수’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어느 날 자신이 모시던 장수할멈이라는 신령이 떠나갔음을 감지한 문수는 불안에 휩싸입니다. 그때 갑자기 앞집에 젊은 무당 ‘신애기’가 이사 오고, 장수할멈 역시 그녀에게로 흡사 함께 떠난 듯한 의혹이 문수의 마음을 뒤흔들죠. 잃어버린 영적 존재를 되찾고자 애쓰지만, 점점 자신이 '진짜'가 아님을 자각하며, 결국 자신 또한 ‘가짜 무당’이라는 정체성의 붕괴와 마주하게 됩니다. 마지막에는 굿판에서 피를 흘리며, 진짜와 가짜, 그리고 존재 그 자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문수의 모습이 인상 깊게 펼쳐집니다.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팬덤의 이면을 파고드는 이야기입니다. 세계적인 영화감독 김곤을 열렬히 지지하던 화자는 그의 과오를 부정하며 ‘진짜 팬’이 되고자 몸부림칩니다. 그러나 감독이 사과하는 순간 내면에서 무언가 터지고, 태국 치앙마이의 동물원에서 호랑이를 만지며 ‘찐’에 대한 고민을 마주합니다. 「스무드」에서는 한국계 3세 듀이가 한국에서 겪는 하루를 블랙코미디처럼 묘사합니다. 길을 잃고 극우 집회에 휩쓸린 그는 예기치 못한 환대에 당혹하고, 이를 통해 소속과 환대의 진짜와 가짜 사이를 느끼게 됩니다. 이외에도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는 남영동 대공분실 설계 과정을 통해 악의 평범성을 건축적으로 드러내고, 「잉태기」는 원정 출산을 둘러싸고 고부( 고모와 시부) 간의 갈등을 극적으로 조명합니다. 「우호적 감정」에서는 지역 재생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소통 속에서 드러나는 민낯과 우호의 이면을, 「메탈」은 고등학교 밴드의 추억과 현실의 괴리를 애틋하게 그려냅니다. 각각의 단편이 서로 다른 소재와 설정을 통해 “진짜와 가짜”의 경계, 존재와 정체성, 세대와 전통, 윤리와 욕망에 질문을 던지며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2. 핵심내용

“진짜(本物)는 무엇인가?”  ‘혼모노’는 일본어 ‘本物’의 음차로 ‘진짜’를 의미하지만, 소설에서는 이러한 개념이 오래된 틀을 깨고 모호하게 진화합니다. ‘문수’는 자신이 모시던 신령이 떠나자 ‘가짜’로 전락했다는 고통을 겪지만, 결국 진짜란 외형적 존재가 아니라 존재를 증명하려는 의지의 문제임을 체득하게 됩니다.

“팬덤, 충성, 그리고 자아의 분열” 「길티 클럽: 호랑이 만지기」는 팬덤 문화 속 ‘길티 플레저’—죄책감과 쾌감이 뒤섞인 아이러니—를 통해 자기정체성의 파편화와 충성이라는 도덕적 긴장을 세련되게 드러냅니다. 진짜 팬이 되기 위한 몸부림 속에서 팬 역시 자기 파괴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날카로운 통찰이 있습니다.

“환대와 불안의 경계” 「스무드」에서는 한국계 3세 듀이가 경험한 한편의 환대를 통해, 환대 뒤에 숨은 이념적 불안과 소속의 허상을 드러냅니다. 태극기 부대와의 우연한 만남 속에서 따스함을 느끼면서도 불편한 거리감이 사라지지 않는 순간을 통해 ‘진짜’와 ‘가짜’ 환영 사이의 미묘한 감정선을 탐색합니다.

“일상의 건축, 의도의 실종” 「구의 집: 갈월동 98번지」는 악의 평범성의 건축화를 보여줍니다. 제자 구보승은 인간을 위한 설계라는 이상을 유지하며 고문실을 설계하지만, 그의 객관적 접근은 오히려 악을 완성시키는 냉혹한 결과를 낳습니다. 선과 악, 인간성과 직업적 냉정함 사이의 균열이 인상적으로 드러납니다.

“가족, 세대, 갈등의 복합성” 「잉태기」는 며느리, 시부, 시모라는 고부 관계 속에서 세대 갈등과 욕망의 얽힘을 적나라하게 표현합니다. 이중적인 갈등은 평면적 도덕 판단을 넘어,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폭발성을 보여줍니다.

“표면 아래의 진심을 들여다보다” 「우호적 감정」은 겉으로 우호적인 관계 속에 숨어 있는 숨겨진 감정의 이면을 드러내고, 「메탈」은 과거와 현재의 거리감을 통해 꿈의 현실화와 그 틈새에서 느껴지는 상실감을 살포시 머금습니다.

각 단편은 서로 다른 형식을 통해 공통된 주제—진짜와 가짜, 존재와 소속, 전통과 현대—를 다각도로 해석하며,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치열한 문학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3. 느낀점

읽고 난 후 떠오르는 첫 감상은, 이 소설집이 ‘모호함을 던지는 문학’이라는 점입니다. 정답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오히려 진짜와 가짜, 환대와 혐오, 존재와 허상 사이의 경계를 끊임없이 흔듭니다. 그래서 독자는 한 줄 한 줄을 따라가는 동안 마치 불안정한 경계 위를 걷는 듯한 긴장감과 몰입을 체험하게 됩니다. ‘문수’가 자신이 가짜 무당이 되었음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도 자기 자신의 가짜 됨, 혹은 진짜 됨을 의심해 보게 됩니다. 그 고통과 혼란은 날 선 감정이지만, 동시에 우리 모두가 익숙하게 지나쳐온 진짜 됨에 대한 환상을 해체하는 지점에서 깊은 공명을 일으킵니다.

특히 팬덤을 다룬 작품에서는 나의 ‘진짜’라는 욕망이 어떻게 타인의 허물마저 감싸며 자기 파괴적인 형태로 전개될 수 있는지, 충격적인 거울처럼 비칩니다. 이른바 ‘찐’이 되고자 애쓰는 행위가 진정 무엇을 향하는지, 그리고 어디서 멈춰야 하는지 질문하게 합니다.

「스무드」에서 듀이가 느낀 따뜻함은 불안으로 변하고, 그 불안이 곧 한국 사회에서 ‘소속됨’의 이면이라는 사실이 아프게 다가옵니다. 낯선 환대를 받으며 깨어나는 자각은 우리 사회가 지닌 위선적 환대에 침투합니다. 건축과 악의의 접점을 다룬 「구의 집」, 고부 갈등을 섬세하게 드러낸 「잉태기」, 그리고 우호 뒤의 낯선 감정을 포착한 단편들까지, 모두 현대 사회의 균열과 인간의 내면을 예리하게 포착한 작품들입니다. 읽고 나면 이 소설집은 잔잔한 여운만 남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질문을 증폭시키며 “진짜란 무엇인가?”, “우리가 믿는 것은 어디까지가 진짜인가?”, “그 진실을 마주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잃게 되는가?” 등을 무엇보다 긴 호흡으로 숙고하게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혼모노』는 독자를 나약하게 만들지만, 동시에 더 깊고 정직한 글쓰기와 삶을 향해 나아가게 하는 문학적 신뢰가 느껴지는 작품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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