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트리거 줄거리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트리거>는 “총기 청정국” 대한민국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법 총기들이 급속도로 유입되며 시작됩니다. 첫 장면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총격 사건은 평온하던 일상에 균열을 내고, 정의감에 불타는 형사 이도(김남길)가 중심에 서서 사건의 실체를 쫓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이 일이 단순한 범죄가 아님을 깨달은 그는, 의문의 인물 문백(김영광)과 예기치 않게 손을 잡게 됩니다. ‘총기 배달’이라는 이례적인 설정은 곧 사회 곳곳에 깔린 구조적 부조리와 절박함에 집중하게 합니다.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학생, 비정규직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전세 사기 피해자, 직장 내 괴롭힘에 시달리는 간호사 등, 사회 최약층에 속한 이들을 향해 총기가 전달되고, 절망과 분노는 총구를 향합니다.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그래서 더욱 무섭고 실감 나게 다가왔습니다. 총기라는 파괴적인 도구는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억압된 감정과 고통이 터져 나온 상징이었습니다. 이도와 문백은 사건의 배후에 다가가지만, 그 과정에서 시스템은 무능하게, 언론은 무기력하게 묘사되며 현실성은 점차 희미해집니다. 그럼에도 드라마는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된 분노를 끄집어내며 “왜 우리는 총을 들어야만 했을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이야기 말미에는 인간이 내린 선택의 무게를 향한 메시지가 절실히 느껴지며, 그 울림은 오래도록 남습니다.
2. 등장인물
이 드라마의 중심에는 이도(김남길)와 문백(김영광)이 있습니다. 이도는 전직 스나이퍼 출신 혹은 특출한 사수의 경력을 암시하는 ‘순경’ 출신의 형사로, 정의감과 원칙을 중시하는 인물입니다. 그는 총기 난사 현장에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찰의 현실 앞에서 내부의 한계를 절감하며, 자신의 방식으로 정의를 구현하려는 결단을 내립니다. 조현식 소장 같은 인물의 사연을 통해, 이도가 총기라는 도구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간적인 고민이 드라마 곳곳에서 중심을 잡아 줍니다. 문백은 ‘미스터리 중개인’로 등장해 불법 총기를 유통하는 장본인입니다. 그는 정의롭지도 완전히 악하지도 않은 모호한 인물로, 그가 총기라는 트리거를 사람들에게 주입하는 과정은 극적인 긴장감을 형성합니다. 문백이 “세상이 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을 뿐”이라는 전제 아래에서 펼쳐지는 그의 행동과 마지막의 운명은, 단순한 캐릭터 넘어 한국 사회 병리의 상징처럼 다가옵니다. 이 외에도, 각종 사회적 고통에 시달리는 인물들이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며, 그들의 이야기가 총기의 공포와 맞물려 현실적 공감을 유발합니다: 고시생, 전세 사기 피해자, 산재 사망 노동자, 간호사의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 등. 이들은 모두 “사회적 약자”로 존재하면서도 총기 앞에서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며 서사의 뿌리를 내립니다.
3. 총평
<트리거>는 “대한민국에 총이 배달된다면?”이라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발상으로 시작해, 시청자의 뇌리에 강렬한 질문을 남기는 작품입니다. 가장 매력적인 점은 “약자가 총을 손에 쥔 순간 벌어지는 판타지적 훅”을 시각적으로, 서사적으로 충실히 구현했다는 데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이 총앞에서 느끼는 ‘내 힘으로 역전한다’는 감정은 카타르시스적 쾌감을 전합니다. 하지만 반대로, 현실과 제도의 구조를 충분히 탐색하지 못한 점, 그로 인해 서사가 감정적 과잉에 의존하게 된 점은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예를 들어, 총기난사범과 대면한 장면에서 경찰이 총을 사용하지 않는 비현실적인 설정, 언론의 무기력함, 수사·제도의 빈약한 대응 등은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문백’ 중심의 전개가 몰입을 깨뜨리고, 액션이 지나치게 과장된 연출과 억지스러운 상황들이 잇따르며, 초반부의 사회적 메시지와 긴장이 희석되는 아쉬움도 자아냅니다. 특히 후반 결말에서 몇 분 만에 회복되는 주인공, 상식적이지 않은 전개는 “좋은 아이디어가 이렇게 쉽게 소모되는구나”라는 탄식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가 사회적 불균형, 절망, 인간의 내면적 분노를 전면에 꺼내어 논의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합니다. 머신처럼 작동하는 사회 속에서, 감정의 폭발과 선택의 경계를 보여주며, “총기의 무게는 이야기의 무게”라는 메시지를 드러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