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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하고싶지않아 줄거리 등장인물 총평

by 리뷰방장 2025. 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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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 줄거리

이야기는 서울의 번잡한 삶에 지친 ‘이여름’이라는 인물이 "인생 파업"을 선언하면서 시작됩니다. 그녀는 출판사에서 4년간 묵묵히 일했지만 결국 상사의 부당함과 직장에서의 사소한 모멸감, 남자친구와의 관계마저 삐그덕 대는 현실에 지쳐갑니다. 어느 날, 심지어 가장 든든했던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여름은 모든 것을 정리하기로 결심합니다. 하루아침에 회사를 그만두고, 끝없이 반복된 지친 일상에서 탈출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살기'로 마음먹죠. 그렇게 배낭 하나만 달랑 메고 무작정 떠난 곳이 전라도 깊은 시골, 안곡마을입니다. 여름은 그곳에서 20년간 비어 있었던 폐당구장을 파격적인 월세로 얻어, 최소한의 삶을 살아보기로 합니다. 우연히 들른 도서관에서 수줍고 무표정한 사서 안대범을 만나고, 낯선 환경지만 위로와 온기를 느낍니다. 그러나 그 평온도 잠시, 여름이 살게 된 건물에는 이상한 낙서가 반복해서 등장하고, 도서관에 자주 드나드는 김봄이라는 까칠한 고등학생과의 어색한 관계도 시작됩니다. 더 충격적인 건, 봄이의 할머니가 살해당한 사건이 벌어진다는 사실이죠. 이후 여름은 자신이 안곡마을에 정착한 이후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협박 낙서, 할머니의 사망, 그리고 의심받는 이웃—속에서 깊은 책임감을 느끼며, 자신이 머문 풍경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그녀의 ‘쉼’이 누군가에겐 위협일 수도 있다는 딜레마에 직면합니다. 중간중간 옆 동네의 아동, 마을 이웃들, 도서관 관계자들과 엮이며 조금씩 관계를 쌓아 나가는 그녀의 모습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선언이 단순한 무기력함이 아니라, 온전히 나를 돌보기 위한 선택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는 치열한 현실에서 ‘잠시 멈추기’가 얼마나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한걸음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숨통이 될 수 있음을 잔잔히 그려냅니다.

 

2. 등장인물

이여름 (김설현)

서울의 중소 출판사에서 4년간 버텨온 26세 직장인이자, 예상치 못한 상실과 고통 속에서 ‘인생 파업’을 선언하고 스스로 백수의 삶을 택한 주인공입니다. 겉으로는 잔잔해 보이지만 내면은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우며, 쉴 틈 없이 달려오다 결국 자신을 위한 시간을 선택한 인물입니다. 김설현은 이 여름이라는 캐릭터와 깊이 공감하며, 자연스러운 연기로 ‘갈대 같지만 꺾이지 않는’ 존재감을 세밀하게 표현해 냅니다.

안대범 (임시완)

말수가 적고 상대방과 대화하기조차 수줍어하는,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서입니다. 수학적 천재성을 지닌 반면, 어린 시절 외면할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인물로, 여름의 새로운 시작에 조심스럽게 다가오며 따뜻한 존재로 자리 잡습니다. 임시완은 부드러운 비주얼과 내면의 상처를 은은하게 드러내며, ‘사과남’이라는 별명을 실감 나는 연기로 소화합니다.

김봄 (신은수)

겉은 차가워도 속은 여린 고등학생으로, 학교 대신 도서관으로 출석 도장 찍고 그림 그리는 소녀입니다. 홈라이프에서의 아픔—가정의 불안정, 또래로부터의 소외—속에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 중인 인물입니다. 여름에게 처음엔 제멋대로 대하지만,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며 깊은 우정으로 발전합니다.

허재훈 (방재민)

봄을 짝사랑하는 순정파 고등학생입니다. 다정하고 순진하지만, 자신의 방식으로 봄에게 다가가며 성장해 나갑니다. 짝사랑 특유의 풋풋함과 귀여움이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조지영 (박예영)

도서관을 관리하는 공무원으로, 대범을 오랫동안 챙겨온 ‘누나 같은’ 존재입니다. 대범에게 연민과 애정을 품고 있지만, 여름이 등장하면서 묘한 긴장감이 형성됩니다. 도시생활에 대한 미련과 마을에서의 일상이 부딪히는 자신을 인식하는 인물입니다.

배성민, 정명숙, 황근호, 그 외 이웃들

마을 청년회 부회장인 배성민, 봄이의 할머니 정명숙, 자폐 스펙트럼 아동 황근호와 같은 인물들은 여름이와 대범의 관계 및 마을 공동체를 풍부하게 채웁니다. 이들의 존재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여름이 내려놓은 일상의 흔적들이 타인의 삶에 어떤 울림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됩니다.

이렇듯 다채로운 인물 군상은 각기 다른 상처와 바람을 품고 있으며, 여름이 떠난 도시와 대비되는 안곡마을의 정서를 구조적으로 지탱하며 이야기에 깊이감을 부여합니다.

 

3. 총평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는 단순한 힐링 드라마가 아니라, ‘멈춤’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아름다운 이야기입니다. 먼저, 주인공 이여름의 선택 자체가 강렬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내달리는 삶에 지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잠시 멈춰도 괜찮다’는 선언을, 이 드라마는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줍니다. 가장 인상적인 지점은 줄 중심이 아닌, 마음 중심의 서사라는 점입니다. 여름과 대범, 그리고 마을 사람들의 삶은 비극과 시련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서 자그마한 위로가 건네집니다. 그 웃음, 그 슬픔, 그 따스함—모두 과하게 요란하지 않지만 깊은 울림을 줍니다. 특히, 여름이 처음엔 외로움으로 내려온 마을에서, 서서히 이웃과 교감하고 자신이 ‘존재함’을 느끼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낸 장면들은 시청자에게 큰 여운을 남깁니다. 배우들의 연기 케미도 훌륭합니다. 김설현은 절묘한 연기를 통해 ‘쉼’이라는 테마에 몰입하게 하고, 임시완은 내면의 흔적을 부드럽게 드러내면서 여운을 전합니다. 신은수, 방재민, 박예영 등의 배우들도 각자 입체적인 인물로 이야기에 기여하며, 동네 사람들과의 상호작용이 작품의 온기를 더욱 끌어올립니다. 다만, 전개 속도는 다소 느릿하게 느껴질 수 있고, 일부 반복되는 에피소드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느긋함이야말로 이 드라마의 아이덴티티이자, ‘빠르게 가는 것만이 답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스스로 증명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결국 이 드라마는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아도, 한 사람의 선택—쉼을 택한 선택—이 얼마나 큰 울림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삶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잠시 쉬고 싶은 당신에게, 이 드라마는 “그래, 내려놔도 괜찮아”라고 조용히 말을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은 깊이 있는 위로와 온기, 그리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자 하는 이들에게 따뜻한 동행이 되어주기 충분한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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